손현주와 범인이 격투를 벌일때 그때서야 눈치를 긁었다. 중후반부까지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듯 으스스하고 반전도 괜찮고 재밌었다. 긴장감이 주욱 유지되다가 마무리에 가서 어딘가 코믹하고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충분히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엔딩에서 엄청 진지하게 연기들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간간히 터졌다. 정확하게 뭣때문인지는 꼬집을 수 없는데 전개나 상황때문이었던거 같다.
영화가 끝나고나니 몇씬 나오지도 않은 손현주의 형이 가장 여운깊게 남는다. 캐릭터가 너무 너무 불쌍하다. 이렇게 불쌍한 캐릭터가 또 있을까 싶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것도 불쌍한데 피한방울 안섞인 입양아 동생한테 배신당하고, 자기는 친아들인데도 유산 한푼 못받고 입양아 동생한테 다 뺏기고 다 쓰러져가는 아파트에서 거지처럼 히키코모리로 살다가 웬 미친여자한테 난데없이 맞아죽음. 나같으면 진짜 저승에 가서도 분통해서 속병이 날 정도. 이 정도라도 주어진 삶에 감사하고 살아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비하면 내인생은 감지덕지. 그런 불행한 인생이 허구는 아니다. 현실에도 얼마든지 있다. 배부른줄 알아야.
이 영화에선 문정희의 연기가 볼만하다. 예전에 했던 주말드라마 사랑을 믿어요에서 연기를 너무 잘해서 인상에 강하게 박혀있는 배우다. 영화판에서 수요가 있을거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요즘은 드라마를 자제하고 영화쪽으로 노선을 바꾼듯하다. 연가시에선 조연이었는데 이번엔 투톱급의 주연으로 또 한단계 올라섰다. 몰입도높은 연기로 화면장악력을 또 한번 입증했으니 앞으로 원톱의 기회를 가지게 될지도 모를일. 원톱도 충분히 가능한 카리스마와 연기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손현주 역시 명불허전의 연기를 보여주는데 TV에선 연기파로 정상급이었지만 영화쪽에선 크게 스포트라이트를 못받았는데 이번에 주연 영화가 빅히트를 쳤으니 늦은 나이지만 이제 스슬 영화쪽도 접수하나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조연이었지만 영화가 메가히트를 쳤고 숨바꼭질도 흥행에 있어 큰성공을 거두었으므로 많은 시나리오를 받게 될거 같다. 어쩌면 이 배우도 영화로 무대를 옮기게 될지 모를일.